독립적 지식인의 표상 변영만(卞榮晩), 그는 누구인가?
2009/12/23 07:26
이번 달 교우회보에 실린 인권환 교수의 칼럼을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변영만과 변영태 그리고 변영로가 친동기간이라는 사실이 그것인데, 검색을 해보니 이들 삼형제를 부평삼변1(富平三卞)이라 부른단다. 아, 어째서 그 사실을 여태 몰랐을까? 내친 김에 이들 삼형제에 대한 자료를 좀 더 찾아보기로 했는데 마침 '오마이뉴스'에 자세한 기사가 실려있다. ☞'부평삼변과 가족사' 기사보기
왼편부터 변영만(卞榮晩)·영태(榮泰)·영로(榮魯) 형제 (사진출처: 오마이뉴스)
이들 삼형제 중 일반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단연 '논개'의 천재시인 수주(樹州) 변영로(卞榮魯,1897~1961)일테지만 그의 형 변영태(卞榮泰,1892~1969) 또한 고대교수와 외무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그 재능이 출중한 인물로 세간에 알려져 있다. 변영만(卞榮晩,1889~1954)은 바로 이 비범한 형제의 장형이다.
박학다재했던 '천재'
부평삼변의 맏이였던 산강재(山康齋) 변영만(卞榮晩,1889~1954)은 한 두마디 말로 설명하기 힘든 인물이다. 법학, 한학, 문학 등 그가 두각을 나타낸 분야만 해도 한 둘이 아니다. 문자 그대로 '박학다재'한 천재의 전형이랄 수 있다. 그런데도 그는 영태·영로 두 아우에 비해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무슨 무슨 '주의'나 이념, 그리고 '끼리끼리'의 패거리 문화에 자신을 옭아매길 단호히 거부했던 그의 성격과 신념 때문일 것이다. 변영만은 한마디로 '자유롭고 독립적인' 지식인이었다.
변영만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무래도 법률가로서의 삶이다. 대한제국의 사법관리 양성기관이었던 법관양성소와 보성전문 법률과를 졸업한 그는 약관의 나이에 목포재판소 판사로 임명되면서 법조인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임명 첫 해인 1908년 사법권이 일제에게 넘어가자 미련없이 판사직을 사임하고 변호사로 활동을 이어나갔다.2 또 해방 후에는 헌법 제정작업에 참여하였고 반민특위 재판장과 사법부 법전편찬위원을 지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변영만은 법률가보다도 학자, 문인으로서 더 큰 족적을 남겼다. 어린 시절 한학을 공부한 그는 성균관에서 단재 신채호3와 동문수학한 사이로 이후에도 신채호, 정인보, 한용운 등과 학문적 교류를 지속하였다. 연암 박지원 이래 최고의 문장가라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문재(文才)가 비범했던 그는 중국 망명 시절(1912년~18년) 당대 석학인 후스(胡適)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한문학의 대미를 장식한 문장가'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인물, 그가 바로 변영만이다.4
한학에서 일가를 이룬 변영만에게 있어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면모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그의 비범한 언어적 능력이다. 한학, 중문 뿐만 아니라 독학으로 익힌 영문에도 능통했던 것으로 알려진 그의 언어적 재능은 이후 그만의 독특한 사상세계를 형성하는데 있어 그야말로 기름진 자양분으로 작용한다.
동·서양 사상을 아우른 독특한 사상세계
이런 점은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이르는 짧은 '근대 계몽기'하의 대다수 근대론자들과 변영만과의 차별성을 부각시켜준다. 서구 근대국가 모델(혹은 일본 제국주의 모델)에 함몰돼 있던 당시 대다수 근대론자들과 달리 변영만은 동·서양의 문화·사상체계를 융합한 독특한 정신세계를 개척함으로써 서구 근대국가 모델 일변도의 근대화 방법론을 정면으로 비판하였다.
그는 1908년에 번역한 <세계3괴물>을 통해 '자유와 평등' 이념을 내세운 서구 근대국가의 진짜 얼굴이 사실은 '자본의 팽창과정'에 다름 아님을 역설하면서 산업화와 군사력 강화라는 서구 근대국가 모델은 결국 금권정치와 군국주의 그리고 제국주의라는 세 마리 괴물로 변해 나머지 세계를 폐허로 만들것이라고 경고한다. 또 제국주의의 본질을 초과이윤을 추구하는 대자본의 탐욕과 군국주의 엘리트들의 팽창욕이라고 규정한다. ☞'세계3괴물(世界三怪物)' 보러가기
그러나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본질을 명징하게 파악했던 변영만에게도 한계는 있었다. 제국주의와 투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제국주의를 동경했던 당시 지식인 사회 공통의 한계가 그것이다. 즉, 변영만은 또 다른 번역물인 <이십세기 대참극 제국주의(二十世紀之大慘劇帝國主義)>에서 제국주의 극복의 방법론으로 조선의 내셔널리즘에 호소하면서도 제국주의에 대한 선망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언명을 내보인다.
오늘날 마땅히 소리 높여 높여 고함을 쳐야 하는 것은 아마도 국민주의일 것이다! 국민주의란 그것을 자세히 말한다면 바로 한민족의 생존주의다. 한민족의 생존주의가 날로 확장되면 다른 곳에서 온 제국주의를 어느 샌가 녹여 없애버릴 수 있을 것이며, 한민족의 생존주의가 극에 이르면 우리나라의 제국주의를 길러 발휘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민지 조선의 암울했던 사상적 토양 위에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체계적 인식의 발아점으로 작용한 변영만의 문제제기는 그 자체로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노자 오슬로대 교수의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변영만의 용감하고 훌륭한 작업은 좌파 사상의 한국적 수용을 위한 기초적 토양을 준비하게 된 것"이라는 평가는 일응 타당해 보인다.
- 부평삼변(富平三卞)이란 명칭은 이들 삼형제가 중국의 삼소(三蘇), 즉 소순(蘇洵)·소식(蘇軾)·소철(蘇轍) 삼부자에 필적할 만한 문재(文才)를 지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본문으로]
- 1910년 안중근 의사의 변호를 자청하였으나 일제의 불허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한 일화는 유명하다. [본문으로]
- 변영만은 비명에 간 신채호를 그리며 <단재전(丹齋傳)>을 짓기도 했다. [본문으로]
- 변영만은 그의 호를 딴 <산강재문초>라는 문집을 남겼다. 그의 문학은 詩가 주를 이루었으나 '시새전(施賽傳)'과 같은 한문풍자소설을 남기기도 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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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추구해야할 근대식 국가의 근거로 서구와 일본 추종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삼고 있는(국민주의, 생존주의) 게 역시 인상적이네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우리식 제국주의를 성취, 발휘하기 위한 방법론이라니...
변영만 선생도 숱한 사상가, 지식인과 마찬가지로 자기모순에 빠진 건가요?-_-;
자기모순이라기 보다는 어쩔 수 없는 한계였겠지요. 그리고 갠적으로 그러한 한계는 오늘날까지도 극복이 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현대사회 역시 또 다른 얼굴의 제국주의가 헤게모니를 틀어쥐고 앉아있는 형국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고, 위의 언명 자체에 오해의 소지가 있어서 그렇지, 변영만의 사상적 프리즘은 외려 아나키즘에 가까웠다고 보입니다.
해플님... 바쁘시더래도 늘 건강 살피시길요~ ^^
멋진 자료 잘 보고 갑니다~~행복한 하루 시작하세요^^
감사합니다.
둔필승총님,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변영로님과 형제간이었다는 사실 저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삼형제가 너무도 유명하신 분들이었네요...
독립적 지식인....어려운 말이라 한참 공부하듯 읽었네요...
그렇죠? 오죽하면 부평삼변이란 말이 다 생겼을까요...
참 부러운 형젭니다... ^^
'독립적' 지식인... 음, 어느 곳에도 얽매이기 싫어했던 선생의 성정을 두고 후학들이 이름 붙이길 그리 붙였다지요.
초록누리님,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I wish you a merry Christmas and a happy New Year!!!
기쁜 성탄 맞으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복님께서도 메뤼 크리수마쑤~ 앤 해퓌 뉘 이이어어~ 하세욤!!
건강하시구요~ ^^
제가 좀 많이 무지한 관계로 논개 말고는 아는게 하나도 없지만,
국민주의란 말은 참 인상적입니다.
무지하시다니요... 아닙니다.
변영만 선생이 원체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래서...
잘 지내시죠?
김연아 동영상 좋던뎁쇼?
머걍님, 즐거운 연말 보내세요~ ^^
에구 제 무식 완전 탄로나네요.
전 잘 모르는 분인것 같아요.
그당시 동 서양의 사상을 융합하여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개척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닌것 같은데 존경할만한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지식인인것 같습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길 바랍니다.
네, 그리 알려진 인물이 아니래서 아마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을겝니다. ^^
건강하시지요?
펨께님께서도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구요... ^^
(한국은 진눈깨비 날리는 크리스마스가 될 확률이 높다네요.)
좋은 공부합니다.
노땅님. 절주하셨다면서요. --;
아나르키아, 아나르코스, 아나키...
혜계님. Merry Christmas!
네... 애들과 덜컥 약속을 해버렸다는... ㅠㅠ;;;
(요즘은 딸내미가 세상 젤루다 무섭슴돠... 크흐~)
숲님 뵈니... 마음이 참 좋습니다.
메뤼 구리수마수~~ ^^
전, 절주는, 못하겠구요.
절연은 해볼라 생각중입니다요.
제가 말을 팔아 먹는 직업인데요,
만성 비염에, 발음 부정확 및 언어 장애로
밥벌이가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절연에, 볼펜 물고 발음 연습하기 하면 좀 좋아질랑가요. ㅋㅋ
17년의 끽연 생활 중 절연 결심은 처음인데 잘 될랑가 모르겠습니다요.
노땅혜계님.
절주는, 아아, 너무 어렵지 않을까요.
뭔 낙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버티실려구.. 흑흑..
글게요... 이제 뭔 낙으루다 살쥐...? 크~
금연은... 한 번 실패한 경험이... 한 반년 버티다... 크~
술도 술이지만... 담배를 끊어야 하는데 말입죠...
(요샌 어디가서 담배 꺼내기도 눈치보이공...)
림다님일랑 성공하시길요~ ㅋ
변영만에 대해 알게 됐습니다.
좋은 정보 늘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성탄 연휴되세요
감사합니다.
탐짐강님도 즐거운 연말 보내시길요~ ^^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용팔님, 뜻깊은 연말 보내십시오 ^^
자세히 공부해보고 싶은 분이에요, 곁에 두고 보겠습니다~
연휴 마무리 잘하고 계신가요? 전 방학했어요! (자랑..^^;)
ㅎㅎ... 완전 부럽... 방학이라... 크흐~
(울 딸내미 녀석도 방학이라구 벌써 퍼지기 시작하드만요... ^^)
변영만 선생... 생경하지요?
갠적으로 요런 부분이 참 아쉽다는...
사상가의 체계를 정리하는 일 또한 후학들에게 남겨진 중차대한 책무일진대... 울 나라는 고런 부분이 아직까지는 다소 아쉽지요?
변영만 선생 역시 그런 아쉬움이 크게 남는 분입죠. 얼마 전까지만 하더래도 선생의 글들이 정리되지 못한 채 도처에 산재해 있었다지요. 다행히 몇 년 전에 선생이 교편을 잡았던 성균관대 후학들이 주축이 돼 3권의 전집을 발간했답니다.
조군님... 한 해 정리 잘 하시공... 감기 조심하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