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
2009/09/28 11:49
그 곳에 '길'이 있었다.
그 곳을 '길'이라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무릇 길이라 함은 '이 곳'과 '저 곳'을 이어주는 통로의 역할을 다해야 하거늘... 한쪽 면이 막혀있었다. 반쯤 허물어진 담벽, 그렇게 그 길은 차단돼 있었다. 어린 아이 한 명이 겨우 지나다닐 만한 좁다란 사잇길... 아니 어쩌면 그것은 하나의 '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건물 외벽과 외벽 사이의 좁다란 '틈'... 그랬다. 그 '길'은 그렇게 생겨먹었더랬다.
내가 그 길을 처음 발견한 것은 아마도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던 듯 싶다.
지름길...
월담의 번거로움만 참아넘기면 바쁜 등교시간을 15분은 족히 단축시킬 수 있었던 지름길, 그 길은 어느 누구도 알지 못하는 나만의 지름길이었다. 무언지 모를 비밀스럽고 음흉스러운 느낌, 나는 그 느낌을 마음껏 즐겼다.
그러다 성인이 된 후 우리네 삶에도 여러 갈래의 '길'이 존재하며 그중에는 이러저러한 양태의 지름길 또한 포함돼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인생에도 '지름길'은 있다. 그러나...
그랬다. 이 세상에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많은 갈래의 '지름길'이 있었다. 고지식하게도 나는 그 사실을 성인이 되고난 한참 후에야 깨달았지만 제법 영악한 이들은 이미 지름길의 효용을 나름대로 만끽하고 있었다. 손쉬운 지름길을 놔두고 한길만 고집하는 사람은 쉬이 바보 취급 당하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된 듯 싶었다. 원칙은 언제부터인가 비효율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고 속도와 능률이 가장 큰 미덕으로 자리잡았다. 월담 정도는 그리 큰 거부감 없이 묵인되는 사회분위기도 감지된다.
지난 2주 동안 진행된 국회 인사청문회는 그래서 더더욱 불편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름길과 월담'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또 한번 여과 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자녀교육 혹은 부동산 재테크를 위해 '위장전입'이라는 담벼락 정도는 아무 거리낌 없이 뛰어넘어야 하고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 따위는 나와는 상관 없는 일인 양 요리조리 빠져 나갈 정도는 되어야 이 사회의 주류층에 낄 수 있다고 웅변하는 '그들'의 모습에 구역질이 일 지경이다.
물론 빠른 지름길을 놔두고 일부러 길을 우회하여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내 어린 시절의 '그' 길처럼 담벼락으로 가로막혀 있어서 길로서 인정되지 않는 지름길은 결코 '길'이 아니다. 그것은 차라리 '틈새'에 가깝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가 약속한 규칙이며 상식이다.
타인보다 빨리 가기 위해 월담을 하는 행위는 우리 사회가 약속한 최소한의 규범체계를 위반하는 일일뿐더러 그 결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불러오는 파렴치한 짓이다. 존 롤즈(John Rawls)가 얘기한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인 셈이다. 이것은 그 자체로 정의관념에 정면 배치된다.
"원칙과 약속이 지켜지는 세상 그리고 정의가 시퍼렇게 살아 숨쉬는 세상"을 향한 꿈.
그것은 정녕 순진무구한 '꿈'일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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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정말 정정당당한 대한민국이 됐음 좋겠습니다.
(총리 임명동의안, 결국 통과시켰네요...)
활기찬 한 주 만드시기 바랍니다 ^^
감기 조심하시구요~
멀리 있어도 귀는 조금 열어두고 사는데,
요즘 들리는 그런 뉴스들 저도 답답하더군요.
감기는 좀 나으셨어요?
답답하죠...
하지만 최소한 꼼수가 통하는 사회, 또 그걸 자랑하는 사회는 면해야겠는데요... 참 쉽지가 않죠? 에혀~
감기는... 이제 좀 살만 합니다.. ^^
비르케님, 즐거운 하루 맹글어나가세요~~
잘살아보려는 허황된 꿈을 쫓다가 정의를 잃어버렸나봅니다...반드시 정의는 되찾아야만 합니다^^
네... 정의가 물결치는 세상... 저도 희망해봅니다.
'잘 산다'라는 의미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는 요즘입니다.
유리님... 건강하시길요~~ ^^
저도 저 인사청문회 보면서 그저 헛웃음 났답니다. 저들의 뻔뻔함이 하도 구제불능이라서....
근데 더 가관인 소식, 어느 인터넷 기사 제목인데요
<청문회가 끝난 후 정운찬 가족과 함께 울었다>는 거요.
남 모르게 더럽게 살아온 삶이 다 드러나서 쪽팔려서 울었을까요?
그 주제에도 뭔가 억울했을까요?
설마 그동안의 위선이 부끄러워서 반성하며 울지는 않았을 테고..
그놈들 늘 하는 뻔한 수작 보기 싫어서 그 기사 클릭해서 보지는 않았다는...
ㅎㅎ... 전 그 기사 클릭해 봤다지요... 크흐~
모, 가족이야 그렇다치고... 이러저러한 의혹들에 대해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사람들은 ... 참 ... 음... 그렇습니다... ㅡ,.ㅡ;;
해피플루님...
즐거운 오후 되세욤~~ ^^
(냥이보담 해피플루가 훨 낫네여~~)
정석의 길을 놔두고 지름길로 가다보면 반드시 탈이 나는 법 이지요..ㅎ
저도 저 뉴스를 보았는데.. 가슴만 답답해져 오는군요.. ㅡ,.ㅡ
'반드시' 탈이 나야 제대로된 사회겠지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반드시'는 아닌것 같아... 씁쓸합니다.
김군님... 즐거운 오후요~~ ^^
이런 소식을 접할때마다 참 답답하고 우울해진답니다.
좋은 한주 맞이하세요.
그러게요...
그렇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할 조국 아니겠습니까?
조금씩이라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펨께님도 즐거운 한 주 만들어 나가시길요~~ ^^
많은 사람들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글입니다.
이제 '군자지대로행'은 무색한 말이 돼버렸죠.
착잡한 이즈음입니다.
그런데 꼼꼼히 따져보면 인사청문회에 나온 공직후보자들의 문제만은 아니라는게 더 큰 문제죠...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꼼수문화...
사실 저는 이게 더 암울하게 느껴집니다.
둔필승총님, 활기찬 오후 되세요~ ^^
비밀댓글 입니다
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힘내시길요!!
이렇게 숨이 턱 막히는 현실이라도, 그래도.
전 꿈꾸고 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정의로운 대한민국을요.
인동초가 꿈꾸던, 바보가 꿈꾸던. 그 대한민국..
저는 비열하고, 나약해서 그 선두에는 서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진기를 든 기록자가 되어, 다가올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기폭제가 되고 싶습니다.
pobia님 같은 새세대들이 희망입니다!! 고맙습니다.
부디 지금의 올곧은 생각과 각오, 반드시 지키는 님이 되시길...
(시험기간이죠? 건강 챙겨가며 공부하시길~~ ^^)
비밀댓글 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피붙이란게... 간혹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만 끓일 때가 있지요.
우야든동... 힘 내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오늘의 태양이... 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
역쉬 아래것 보다는 윗분사진이 훨 맘에와 닿네요,^^*
어데 그런 여우비 나리는 곳 혹 없나여..
저도 그렇습니다요... 크럴럴~~ ^^*
어제 저녁에 비님 잠시 오시더니...
오늘은 햇살이 참 맑습니다.
한셩배낭님, 활기찬 오후 맞으세요~ ^^
비밀댓글 입니다
네, 이제 좀 살 것 같습니다.
요번에 아주 혼났습죠... 크흐흐~ (신종 뭐시긴가도 의심했었다눙...)
감기 조심하십시오... 요 넘두 세상 따라가는쥐 아주 독합니다. ㅠ.ㅠ
님도 뜻 깊고 즐거운 명절 보내시길요~ ^^
비밀댓글 입니다
크럴럴~~
돗자리 준비할깝쇼? ㅋ
귀향길 안나서심까?
풍성한 한가위 맞으시길요~~ ^^